![왕싱하오 9단이 16일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최종국에서 착수하고 있다. [한국기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1706531306200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바둑 기사나 해설을 보면 “좌변 전투가 치열하다”, “승부의 초점이 좌변으로 옮겨갔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바둑판의 왼쪽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좌변 전투, 우변 전투라는 표현의 어원을 따져보면, 특별한 고사나 역사적 사건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바둑 용어가 한자어를 조합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우에 해당한다. 좌변 전투, 우변 전투는 문자 그대로 바둑판 왼쪽 가장자리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변(邊)’은 가장자리 또는 측면을 뜻한다. 따라서 좌변은 바둑판의 왼쪽 가장자리 일대를 가리키며, 그 지역에서 벌어지는 공격과 수비, 세력 다툼을 통틀어 ‘변 전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 이후 좌변 전투, 우변 전투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81년 6월5일자 ‘조치훈(趙治勳) 또 불계승’ 기사는 ‘첫날에 이어 4일 오전 9시에 다시 마주 앉은 조명인(趙名人)과 다께미야 본인방(本因坊)은 흑을쥔 조명인(趙名人)의 봉수점인 43수까지를 바둑판에 재현시킨가운데 부드러운 분위기속에대국을 속행했다. 백이 44로 젖혀 상변을 안정시키려하자 혹흑 25분의 생각끝에 45로 치고 들어갔다. 이때부터 쌍방은 좌변과하변을 겨냥하면서 어려운 중반전을 엮어나갔다. 백50이후 흑61까지 좌상으로 부터 상변에 이르는 형세가 거의 굳어지고 바야흐로중앙울 노리는 국면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당시 기사는 좌변 전투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고, "좌변과 하변을 겨냥했다"고 서술했다. 당시 관전기 문체는 비교적 문학적이어서 ‘공방전’, ‘격전’, ‘전운’, ‘겨냥’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후 1980~1990년대에 바둑 해설이 방송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설명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 ‘좌변 싸움’, ‘좌변 공방’, ‘좌변 접전’, ‘좌변 전투’
같은 표현이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바둑판에는 본래 위아래나 좌우의 절대적인 개념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대국에서는 두 기사가 마주 앉아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왼쪽이 상대방의 오른쪽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설에서는 언제나 관전자 기준의 좌변과 우변을 사용한다. 이는 기록과 분석의 편의를 위해 정착된 일종의 공통 언어다. 덕분에 누구나 동일한 위치를 떠올릴 수 있고, 복잡한 형세 설명도 훨씬 간결해진다.
또한 ‘변 전투’라는 표현은 단순히 위치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바둑에서 전투는 특정 지역의 집, 세력, 약한 돌의 생사 문제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좌변에 약한 돌이 몰려 있다면 그 지역은 자연스럽게 전투의 중심지가 된다. 해설자가 “좌변 전투가 중요하다”고 말할 때는 단순히 왼쪽에서 돌이 부딪히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 그곳의 결과가 판 전체의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 기사들의 해설을 보면 “좌변 전투가 끝나자 우변 침투가 시작됐다”, “좌변에서 얻은 세력이 중앙으로 연결된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바둑을 개별 수의 나열이 아니라 여러 지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전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준다. 좌변, 우변, 상변, 하변이라는 용어는 그 전장을 구획하는 좌표 체계인 셈이다.
결국 변 전투라는 말은 단순한 위치 설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바둑판을 공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공통 언어이자,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략적 충돌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전문 용어다. 해설 속 이 한마디에는 바둑이 가진 공간 감각과 전투의 역동성이 함께 담겨 있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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