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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12] 바둑에서 왜 '착수(着手)'라늠 말을 쓸까

2026-06-13 05:52:54

신민준(왼쪽) 9단이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강에서 양카이원 9단을 상대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신민준(왼쪽) 9단이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강에서 양카이원 9단을 상대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바둑에는 '착수(着手)'라는 말이 있다. 한자어 ‘붙을 착(着)’과 ‘손 수(手)’를 써서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손을 댄다'는 뜻이다. 원래는 어떤 일에 손을 대어 시작한다는 일반적인 의미를 가졌지만, 특히 바둑에서 돌을 놓는 행위, 즉 "한 수를 둔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된다 ..

착수라는 한자어는 조선시대부터 썼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착수라는 단어는 국역 10회, 원문 149회 등 총 159회 검색된다. 오늘날처럼 사업이나 공사를 시작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어떤 일에 손을 대고 직접 처리하거나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 이후 일제강점기 때에도 착수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22년 2월 5일자 ‘압강빙상대운동회(鴨江氷上大運動會)’ 기사는 ‘안동현운동단(安東縣運動團)의주최(主催)로 제사회(第四回)의만선(滿鮮)즈계—도대회(大會)는 거월이십구일오전십시(去月二十九日午前十時)부터 압록강철교하(鴨錄江鐵橋下)의운동장(運動塲)에셔 거행(擧行)하얏다 차일(此日)에 북풍(北風)은 맹렬(猛烈)하얏스나 각계원급출장선수(各係員及出塲選手)들은 용기(勇氣)를 내여준비(凖備)에 착수(着手)하자 동십시삼십분(同十時三十分)에 연화(煙火)를 합도(合圖)하야 제일회활빙경기(第一囘滑氷競技)를 시작(始作)하자 관람자일선중인(觀覽者日鮮中人)은 수십여명(數十餘名)에 달(達)하야고 함성중(高喊聲中)에 대철교(大鐵橋)가동(動)하는 듯 수천(數千)약인물(人物)을 재(載)한압록강빙(鴨綠江氷)도추함(墜陷)할듯하얏는대 더욱 대판매일신문사(大阪每日新聞社)로부터□증(贈)한 우승기(優勝旗)와자래(自來)로유명(有名)한 무순우승기(撫順優勝旗)는 북풍(北風)에표양(飄揚)하야 선수(選手)의호기심(好奇心)을 고취(皷吹)케하얏다 만선선수(滿鮮選手)는봉천(奉天),무순(撫順),안동현(安東縣),신의주각처(新義州各處)의사원학생군인은행원등(社員學生軍人銀行員等)으로종래대혈전(從來大决戰)에임(臨)하야는 안동군(安東軍)이 대승(大勝)하야우승기(優勝旗)를취득(取得)하야만세(萬歲)를부르며의기(意氣)가양(揚)々하얏다더라(신의주(新義州))’고 전했다. 당시 기사에서 착수(着手)는 현대 한국어의 ‘공사에 착수하다’, ‘사업에 착수하다’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였다.
바둑판 위에서 한 수를 두는 착수 행위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고민과 계산, 그리고 결단이 담겨 있다. 프로 기사들은 착수 하나를 위해 수십, 수백 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도 영원히 생각만 할 수는 없다. 결국에는 돌을 들어 바둑판 위에 놓아야 한다.

한 수를 두는 순간 책임이 따른다. 잘된 착수는 흐름을 바꾸고, 잘못된 착수는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사는 두려움 때문에 돌을 놓지 않을 수 없다. 경기는 착수하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는 슛을 시도해야 득점할 수 있고, 감독은 결단해야 경기를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전술도, 세대교체도, 선수 육성도 결국 누군가의 착수에서 시작된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더라도 첫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직과 사회도 비슷하다.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변화를 만드는 것은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작은 착수 하나가 조직의 방향을 바꾸고, 공동체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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