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28회 LG배 국내 선발전에 출전한 기사들 모습 [한국기원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0906451502994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바둑에서만은 선수라는 말을 쓰지 않고 유독 ‘기사(棋士)’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왜 바둑 선수만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일까. ‘棋士’는 한자로 ‘바둑 기(棋)’, ‘선비 사(士)’를 쓴다. 직역하면 ‘바둑을 하는 선비’라는 뜻이다. (본 코너 1801회 ‘왜 '바둑'이라 말할까’ 참조)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금(琴)·기(棋)·서(書)·화(畫)를 선비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교양으로 꼽았다. 여기서의 ‘기’가 바로 바둑이다. 바둑은 승패를 겨루는 게임이면서도 전략과 인내, 품격을 배우는 학문의 한 분야처럼 인식되었다. 따라서 뛰어난 바둑인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교양과 정신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았고, 자연스럽게 ‘기사’라는 존칭이 생겨났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5년 8월13일자 ‘서양장기(西洋將棋)의 세계기록(世界記錄)’ 기사는 ‘【모스코바발연합우신(發聯合郵信)】근자(近者)『모스코바』의『문화위안중앙공원(文化慰安中央公園)』에서 서양장기(西洋將棋)(체—스)경기회(競技會)가행(行)해젓는데 구시간(九時間)과오분(五分)으로서 백오십오(百五十五)『께임』을행(行)한『리리엔탄』이라는 흉아리(匈牙利)의 기사(棋士)가 회수급시간(回數及時間)에잇서서 세계기록(世界記錄)을수립(樹立)하엿다고한다『리리엔탄』씨(氏)는백오십오(百五十五)『께임』의중(中) 승수구십칠(勝數九十七)『께임』부수(負數)는칠(七)『께임』무승부입육(無勝負廿六)『께임』이라고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바둑이 아니라 체스(chess) 기사를 가리키고 있는데. 당시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바둑 선수에 한정하지 않고 보드게임·두뇌경기 전문인 정도의 의미로 사용했다. 이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적어도 1930년대 조선 언론에서 이미 기사라는 한자어가 통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사라는 말이 단순한 직업 명칭을 넘어 일정한 품격과 책임을 내포한다는 사실이다. 바둑계에서는 실력뿐 아니라 대국 예절과 품행 또한 중요하게 평가된다. 승패를 떠나 바둑판 앞에서 보여주는 태도까지 기사라는 이름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둑은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인간 기사들의 가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최고의 수를 찾는 능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창의성, 승부사의 결단,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바둑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선수’가 아닌 ‘기사’라는 특별한 호칭을 남겨 놓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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