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용어는 중국 바둑에서 유래했다. 일본에서는 '후세키(布石)', 한국에서는 '포석'으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신시대부터 이 말을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포석이라는 말이 국역 1회, 원문 4회 나온다. 우리나라 언론은 조선시대이후 근대회 시기에도 포석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37년 7월8일자 ‘天才(천재)와努力(노력)의싸움’ 기사에서 동아일보 주최의 바둑 대회인 전조선위기선수권대회(全朝鮮圍碁選手權大會)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풍과 실력을 소개하면서 포석이라는 말을 보도했다. 이미 90년 가까운 세월 전부터 바둑계에서는 포석이 중요한 기술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본 코너 1801회 ‘왜 '바둑'이라 말할까’ 참조)
오늘날 포석은 바둑판 밖에서도 널리 쓰인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둔 인사와 정책을 두고 포석이라고 말하고, 기업은 미래 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를 포석이라고 부른다. 교육과 문화, 스포츠 분야에서도 장기적인 준비와 기반 구축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활용된다.
바둑 초보자들은 포석을 단순히 귀를 차지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귀·변·중앙’이라는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하다. 집을 만들기 쉬운 귀를 먼저 확보하고, 이어 변으로 영역을 확장한 뒤 중앙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현대 바둑의 포석은 단순한 영역 확보를 넘어 전체적인 균형과 효율을 중시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 이후 포석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석으로 여겨졌던 수법들이 재평가되고, 한때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졌던 착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제 포석은 정해진 답을 외우는 영역이 아니라 판 전체의 조화와 실리를 계산하는 창의적 전략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포석의 핵심은 균형이다. 집만 바라보다 보면 세력이 부족해지고, 세력에만 치중하면 실제 집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상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계획만 고집하면 국면의 주도권을 잃기 쉽다. 좋은 포석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상대의 가능성을 적절히 견제하는 데서 나온다.
이는 우리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도 처음의 방향 설정이 전체 결과를 좌우한다. 초반에 기초를 충실히 다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시작을 소홀히 하면 중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만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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