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오른쪽)과 조훈현 9단.[한국기원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0607163603215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하지만 한국인에게 국수는 바둑 최고수에게 붙는 칭호로 익숙하다. 그러나 이 말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바둑판을 넘어선 오래된 동아시아 문화의 결을 만날 수 있다. ‘나라 국(國)’과 ‘손 수(手)’자로 된 국수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라의 손'이다. 여기서 손(手)은 단순한 신체 부위가 아니다. 예부터 손은 기술과 재능, 솜씨를 상징했다. 명의의 손, 장인의 손, 명필의 손이 그러하다. 따라서 국수란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사람을 뜻했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국수는 중국의 고전에서도 원래 특정 분야의 으뜸가는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처음부터 바둑 기사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최고의 기예를 갖춘 사람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존칭이었다.
한국에서 국수는 바둑계의 최고 영예로 평가된다. 국수전 우승자는 단순한 챔피언이 아니라 당대 최강자의 상징이었다. 한때 국수라는 두 글자는 곧 시대를 대표하는 기사 한 사람의 이름과 다름없었다. 바둑 팬들은 국수의 한 수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었고, 새로운 국수의 탄생에서 세대교체를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국수라는 말이 실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수에게는 늘 품격과 책임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나라를 대표하는 손이라는 이름에는 승부를 넘어서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수를 이야기할 때 단지 몇 집을 이겼는지보다 어떤 바둑을 두었는지, 어떤 태도로 승부를 대했는지를 함께 기억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들을 넘어선 시대가 됐다. 그러나 국수라는 말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는 승패 때문만이 아니다. 그 이름에는 인간이 오랜 세월 갈고닦아 온 정신과 기예에 대한 존경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국수는 바둑판 위의 챔피언이기 전에 한 시대가 인정한 최고의 손이었다. 그리고 그 손은 돌을 놓는 손이면서 동시에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손이기도 했다. 바둑 한 판이 끝나도 국수라는 이름이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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