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對局)’은 '마주 대할 대(對)'와 '판 국(局)'이 합쳐진 한자어이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한다’는 뜻이다. 중국 고전에서 ‘局’은 원래 제한된 공간이나 배치를 뜻했는데, 바둑 문화가 발전하면서 ‘바둑판’과 ‘한 판의 바둑’을 의미하는 전문 용어로 정착했다. 대국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다. 일본어에서도 대국을 ‘対局(たいきょく)’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에서도 대국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대국이라는 단어는 국역 3회, 원문 3회 검색된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대국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4년 6월10일자 ‘國手選拔大碁戰(국수선발대기전)’기사에서 ‘본지는 일즉부터 오락란(오락란(娛樂欄))위기란(위기란(圍碁欄))을 두어 이방면에 최고권위자들을 대국케하야 손에땀을 쥐게할만한 흥미진진한기보(기보(碁譜))를 련재하야 만천하바둑 동호자들의 갈채를바더오든중 일반독자들로부터의 열열한요구로 금번에는 조선전도를통하야 엄정한주천으로 선발된일류기객(기객(碁客))다섯명을초빙하야『리—그』전(전(戰))을행한결과 조선위기선수권자(조선위기선수권자(朝鮮圍碁選手權者))를뽑기로하엿다이로말하면진정한 국수(국수(國手))의 선발전으로대국하는 차례대로 본지오락면에련재할터인바 과연 조선위기계에 패권을잡을 국수의월게관은 누구의머리로 도라갈는지 련재되는 긔보를통하야 기다릴수밧게업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통해 적어도 1930년대 조선 바둑계에서는 대국(對局)이라는 말이 이미 정착된 전문용어였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오늘날 스포츠는 경쟁과 결과 중심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국이라는 표현은 승패 이전에 서로 마주 앉는 행위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상대를 존중하며 최선을 다해 한 판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바둑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국이라는 말은 바둑판 위에서만 쓰이는 전문용어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마주 앉아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 전체를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승부보다 만남이 먼저라는 사실을, 바둑은 오래전부터 그 이름 속에 담아 두고 있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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