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 이글스 엄상백 선수의 팔꿈치 수술과 시즌 아웃 소식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4년 총액 78억 원이라는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두 시즌 만에 벌어진 일이다. 성적은 단 2승, 그리고 이어진 장기 재활. 팬들 사이에서는 '먹튀'라는 날 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선수가 거액의 계약을 체결하고 부상을 당한 것이 과연 비난받아야 할 '죄'인가. 프로 스포츠의 시장 논리로 볼 때 선수는 무죄다. 모든 책임은 그 가치에 베팅한 구단에 있다.
우선 선수는 시장 가치에 응답했을 뿐이다. FA는 선수가 평생의 노력을 통해 얻은 정당한 권리이며, 시장에서 형성된 몸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엄상백이 계약을 강요한 것이 아니다. 여러 구단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한화가 가장 높은 가치를 매겼고, 선수는 그 제안을 수용한 것뿐이다. MLB의 앤서니 랜던이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사례에서 보듯, 거액의 계약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화살은 흔히 선수에게 향한다. 하지만 실상 그 '기만의 대가'를 지불하기로 결정한 주체는 구단이다. 스캇 보라스 같은 영리한 에이전트의 화술에 휘말렸든, 부상 리스크를 간과했든 그 안목의 부재는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다.
부상 또한 선수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투자의 리스크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신체를 깎아 던지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부상의 위험을 동반한다. 엄상백은 부진 속에서도 구단의 부름에 응하며 마운드에 섰고, 결국 팔꿈치가 비명을 지른 것이다. 이를 두고 '돈만 챙기고 도망갔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가혹하다. 구단은 계약 전 메디컬 테스트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고, 미래의 부상 가능성까지 비용에 산정했어야 한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성공한 케이스도 적지 않듯 FA 계약은 결국 양단의 날개와 같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날개를 달아주는 것도 구단이지만, 그 날개가 꺾였을 때의 추락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구단이다. 엄상백은 죄인이 아니다. 그는 그저 프로 세계의 냉정한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불운한 부상을 맞이했을 뿐이다. 비난의 화살은 마운드에서 쓰러진 선수가 아니라, 정교한 리스크 관리 없이 감정적이고 근시안적인 투자를 단행한 구단의 운영 시스템을 향해야 한다. 누가 엄상백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그 돌은 선수가 아닌, 안목 없는 투자로 팬들을 실망시킨 구단이 맞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폰-와를 영입했던 점 역시 선수가 아닌 구단이 칭찬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