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과학자들은 반복 훈련이 뇌에 남기는 흔적을 '미엘린(myelin)'이라는 물질로 설명한다. 신경 회로를 전선이라고 한다면, 미엘린은 그 전선을 감싸는 절연 피복이다. 피복이 두꺼울수록 신호 전달은 빠르고 정확해진다. 그리고 이 피복은 오직 반복을 통해서만 두꺼워진다. 1만 번의 타석은 곧 1만 번의 배선 보강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신경 효율성'이라는 개념이다. 숙련된 선수의 뇌는 같은 동작을 수행할 때 초보자보다 뇌의 활성 영역이 오히려 좁아진다. 쓸데없는 신호가 사라지고 꼭 필요한 회로만 정밀하게 켜진다. 야구에서 말하는 "힘을 뺀다"는 표현이 실은 신경학적 진실인 셈이다. 39세의 베테랑이 신인보다 덜 긴장하고도 더 날카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만 타석에 이르기까지 그는 3번 타자로만 6,453번 타석에 섰다. 전체의 85%가 3번에서 5번 사이 중심타순이었다. 팀이 막힐 때, 점수가 절실할 때 가장 많이 호명된 이름이 최정이었다. 통산 527개의 홈런은 그 신뢰의 축적이다.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물 한 방울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 단단한 돌에 구멍이 난다. 1만 번의 타석이 정확히 그 이야기다.
이 고사는 중국 송나라 문인 나대경(羅大經)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실린 일화에서 비롯됐다. 현령이 부임하는 고을에서 이 글귀를 보고 평생 행정 원칙으로 삼았다는 이야기인데, 결국 이 말이 남긴 교훈은 하나다. 위대한 것은 번뜩이는 재능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매일 나타나는 꾸준함이 만든다.
1만 타석의 한 방울 한 방울이 쌓여, 어제 잠실구장의 바위에 구멍이 났다. 삼진조차 그 기록의 일부였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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