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백두급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83년 5월31일자 ‘이준희(李俊熙) 백두급(白頭級) 방어’ 기사는 ‘【대구(大邱)】청룡군백두장사이준희(李俊熙)(부산어시장)와 한라장사최욱진(崔旭珍)(경상대)이 나란히 장사타이틀을지켰다.29일 대구체육관에서 폐막된 제2회 장사씨름대회겸전국 신인 선발대회 청룡군백두장사 돌려붙기에서 이준희(李俊熙)는 5전승으로,그리고최욱진(崔旭珍)은 천하장사 이만기(李萬基)(경남대(大))가 왼쪽 무릎부상으로 결장한 한라장사급에서 4승1패를 기록,각각장사1차방어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명명법은 1980년대 프로씨름의 출범과 함께 정착했다. 당시 대한씨름협회는 씨름을 대중 스포츠로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체급 체계를 정비했고, 태백·금강·한라·백두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한국적인 상징성을 살린 이름을 붙이기로 하고, 한반도의 대표 산들인 태백산, 금강산, 한라산, 백두산 이름이 체급 명칭으로 채택됐다. 이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냈다. 태백에서 시작해 금강을 지나 한라를 넘고, 마침내 백두에 이른다는 흐름은 곧 씨름판에서의 성장과 정복의 은유였다.
그중에서도 백두급은 특별하다. 이 체급은 기술과 체력, 경험이 모두 극한으로 충돌하는 무대다. 체중이 주는 압도적인 힘이 기본이지만, 그 힘만으로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 균형을 무너뜨리는 감각, 순간적인 판단, 상대의 중심을 읽는 노련함이 더해져야 비로소 백두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백두급 경기는 종종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느리지만 치밀한 심리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백두급은 씨름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명승부와 스타 선수들 역시 이 체급에서 탄생했다. 가장 크고 강한 이들의 자리라는 점에서, 백두급은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고 씨름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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