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천하장사대축제 천하장사에 오른 김진이 황소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대한씨름협회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14072357091840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황소’라는 말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흥미로운 어원을 가지고 있다. 황소(黃牛)는 한자 그대로 보면 누런 색을 뜻하는 ‘황(黃)’과 소를 뜻하는 ‘우(牛)’가 합해진 말로 ‘누런 빛깔의 소’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소의 종류를 색으로 구분하는 일이 많았다. ‘검은 소’는 ‘흑우(黑牛)’, ‘누런 소’는 ‘황우’라고 불렀다. 이 중에서 특히 농사에 많이 쓰이던 토종 소가 누런 털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황소가 대표적으로 ‘일하는 소’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황우라는 말은 조선시대때부터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황우라는 말은 국역 5회, 원문 14회가 검색된다. 중종실록26권, 중종 11년 11월 20일 정유 기사(1516년 명 정덕(正德) 11년)는 “"신이 보건대, 제사에 쓰는 황우(黃牛)와 흑우(黑牛)를 외방(外方)으로 하여금 도회관(都會官)을 정하여 상납하게 하는데, 다만 민간에 흑우는 희소하고 황우는 그래도 쉽게 구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늘날처럼 우승자에게 황소가 주어진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인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4년 7월3일자 ‘전한강(全漢江)씨름대회(大會) 사일(四日)부터팔일(八日)까지(오일간(五日間))’ 기사는 ‘【한지면(漢芝面)】사외한강리(시외한강리(市外漢江里))에 잇는한강리번영회(한강리번영회(漢江里繁榮會))에서는 년중행사로 매년씩름대회를 개최하든바 금년에도 례년괴가티 본사 한지면지국후원하에 래찰월사일 부터필일까지오일간전한강(전한강(全漢江))씨름대회를 개최하기로 되엿는데 장소는한강리입 넓은뜰아며 삼품은 황소(황우(黃牛))한머리 이외에도 부상이 산적해잇고 선수는우흐로뚝섬(독도(纛島))왕십리(왕십리(往十里))아래로마포(마포(麻浦))륭산 등지에까지 백여명의력사가 참가하야 백렬전을예상하고잇스며 당일은 씨름뿐만이아니라 기타여흥으로 일류기생들의 연주도잇고 한편에서는 광대줄타가도잇서서 흥미는자못 도도하리라는데 주최측에서는 준비하기예안비막개할지경이라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보면 적어도 1930년대에는 씨름 우승 상품으로 황소가 이미 널리 쓰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황소 시상품은 1960~1980년대 민속씨름 대회가 활성화됐다. 특히 천하장사 씨름대회 같은 전국 규모 대회가 생기면서 시각적으로 상징성이 크고, 전통성을 강조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황소가 대표 우승 상품으로 정착하게 됐다.
황소는 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성실함과 인내를 상징한다. 거칠게 돌진하는 존재가 아니라, 묵묵히 밭을 일구는 존재다. 씨름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단순한 힘겨루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균형·타이밍·끈기가 승부를 좌우한다. 황소를 상으로 주는 이유는 결국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버텨낸 사람’을 기리는 데 있다.
씨름은 개인 스포츠이지만, 전통적으로는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놀이였다. 우승자가 황소를 받는 순간, 그것은 개인의 승리를 넘어 마을의 자부심으로 확장된다. 황소 한 마리는 곧 공동체의 풍요와 연결되었고, 그 상징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