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한화의 마운드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지난달 31일과 1일, KT 위즈와의 2연전에서 한화 불펜진이 7, 8, 9회에만 헌납한 점수는 무려 19점. 강백호의 보상 선수로 떠난 한승혁과 노시환을 잡기 위해 내준 김범수의 공백은 거대한 블랙홀처럼 느껴졌다. 믿었던 필승조 정우주와 김서현이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에 팬들은 '비정상적인 불펜'의 현실을 마주하며 깊은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어제의 승리는 달랐다. '괴물' 류현진이 6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고, 뒤를 이은 불펜진은 '공포증 완치'를 선언하듯 SSG 타선을 틀어막았다. 박상원이 노련하게 홀드를 챙기며 허리를 받치자, 이전 경기에서 부진했던 영건들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투수의 우연한 호투가 아니라 박상원, 정우주, 김서현으로 이어지는 집단 계투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더 이상 한승혁과 김범수의 이름을 떠올리며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붕괴를 딛고 일어선 한화의 젊은 불펜진이 비로소 이글스의 승리 공식을 완성하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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