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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47] 북한은 왜 ‘남조선’과 ‘한국’을 병행해 사용할까

2026-04-07 03:15:29

 2018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 입장하는 모습
2018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 입장하는 모습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6일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유감 표명을 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한국측은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안전을 위해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모한 일체의 도발행위를 중지하며 그 어떤 접촉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북한은 대남 담화나 공식 매체에서 ‘남조선’과 ‘한국’이라는 표현을 병행해 사용한다. 체제 우위나 대남 적대적 맥락에서는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쓰며, 남북 대화 상황이나 외교적 실리를 추구할 때는 ‘한국’이라는 말을 취한다. 스포츠 기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볼 수 있다. 국제 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선수 개인 이름이나 국가 기록은 ‘한국’, 대결이나 정치적 의미를 강조할 때는 ‘남조선’으로 표현한다. 이는 북한이 이념과 현실, 체제 주장과 국제적 신호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남조선’은 북한의 전통적인 대남 인식을 상징하는 용어다. 북한은 한반도 전체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입장에서 대한민국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조선’의 일부를 점유한 존재로 규정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남조선’이라는 표현은 분단 체제를 부정하고 체제 우위를 주장하는 이념적 도구로 기능한다.
반면 ‘한국’이라는 표현은 보다 현실적인 필요에서 등장한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명백한 주권 국가이며, 외교·경제·안보 영역에서 독자적인 행위 주체다. 북한이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거나 실질적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제적 통용성과 현실 인식을 반영한 선택이다. 특히 대외용 담화나 협상 국면에서는 ‘한국’이라는 용어가 더 자주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두 용어의 병행 사용은 북한이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취하는 이중 전략을 보여준다. 내부적으로는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통해 체제 결속과 대남 적대 의식을 유지하면서, 외부적으로는 ‘한국’을 사용해 국제사회와의 소통 및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용어 사용은 더욱 정치적으로 정교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남조선’을, 상대적으로 절제된 표현이나 대외적 신호를 보낼 때는 ‘한국’을 사용하는 식이다. 즉 용어 선택 자체가 메시지의 강도와 성격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언어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의도된 신호다. ‘남조선’과 ‘한국’의 병행은 분단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인정하는 모순적 태도이자, 체제 유지와 외교적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계산된 전략이다. 이를 단순한 표현상의 혼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남 인식과 전략을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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