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구자욱은 삼성의 핵심 타자다. 정규시즌 114경기에서 타율 0.371, 15홈런, 102타점, OPS 1.039를 기록했다. 정상적인 몸 상태라면 선발 출전이 당연한 선수다. 그러나 문제는 부상 이후의 몸 상태였다.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구자욱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되찾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도 삼성은 구자욱을 3번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그 결과 최형우가 선발에서 밀려났다. 구자욱의 타격감이 최형우보다 낫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단기전은 정규시즌 성적표만으로 치르는 경기가 아니다. 과거에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라도 현재의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은 주루와 순간적인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상이다. 구자욱의 타격 능력을 의심할 이유는 없지만,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타선 운용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옳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형우는 단순히 이름값만으로 영입한 선수가 아니다. 큰 경기 경험과 장타력을 갖춘 베테랑이다. 삼성이 그를 데려온 이유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 타선의 무게를 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선발로 쓰지 못했고, 대타로도 활용하지 못했다. 영입의 목적과 실제 운용 사이에 괴리가 생긴 셈이다.
구자욱이 팀의 간판이라는 이유로, 정규시즌에 보여 준 압도적인 성적 때문에,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에게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걸었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종교적 맹신'에 가깝다.
'종교적 맹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이 1차전에서 패한 원인을 구자욱 한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다. 선발 크리스 페덱은 4이닝 동안 홈런 두 개를 포함해 5실점했고, 타선 전체가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투수력과 타격 모두에서 밀린 경기였다. 그렇다고 선수 구성과 타선 운용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선수의 이름값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선수들을 활용해 승리할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야 하는 사람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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