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름 기술 밭다리걸기는 이름 그대로 동작에서 유래한 순우리말 표현이다. 한자어나 일본식 명칭이 아니라, 실제 모습에 빗대어 만들어진 말이다. 밭다리는 ‘밭’ + ‘다리’의 합성어로 보이지만, 여기서 ‘밭’은 농사짓는 밭이라기보다 ‘바깥’ 또는 ‘옆으로 벌어진’이라는 옛말에서 온 것으로 해석된다. 즉, 상대의 바깥쪽 다리를 의미한다. 걸기는 말 그대로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동작을 뜻한다. 따라서 밭다리걸기는 ‘상대의 바깥쪽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라는 의미가 된다.
밭다리걸기가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한 최초 사용 시점은 문헌으로 딱 찍어 확인되지는 않는다. 다만 사용 시기를 꽤 좁혀서 추정할 수는 있다. 씨름 기술 이름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건 근대 스포츠로 정착한 시기(일제강점기~해방 이후)이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경기 규칙과 기술 명칭이 표준화되면서 밭다리걸기도 공식 기술명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한씨름협회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이다.
이 기술이 성공하는 순간은 상대가 밀고 들어올 때다. 상대는 자신이 공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이미 중심은 앞으로 쏠려 있다. 그때 바깥다리를 걸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밭다리걸기가 성공하면 넘어지는 것은 ‘힘이 약한 쪽’이 아니라,‘이미 균형을 잃은 쪽’이다.
그래서 밭다리걸기는 종종 작은 체급의 선수들이 큰 상대를 무너뜨릴 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힘으로 밀 수 없다면, 순간을 걸어버리는 것이다.
밭다리걸기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씨름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술이다. 힘이 아니라 타이밍, 공격이 아니라 유도, 그리고 동작이 아니라 순간을 거는 것이다. 모래판 위에서 진짜 승부는, 결국 그 한 순간에 달려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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